【앵커】

해마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날에는 갑작스러운 동장군이 몰려왔죠.

그런데 올해는 동장군 걱정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초유의 코로나 수능을 앞둔 탓입니다.

[문 대통령: 특히 격리자들, 그다음에 또 확진자까지 시험을 치르니까 그 학생들은 어려움이 크겠습니다.] 

역대 네 번째 수능 연기입니다.

2006학년도 수능은 2005년 APEC 정상회의 개최로.
2010년 수능은 G20 정상회담 개최로 일주일여 연기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2018년도 수능을 하루 앞둔 포항 상황, 잊을 수 없죠.

2016년 경주에 이어 관측 사상 두 번째로 최대 강도를 기록한 지진.

역대 가장 큰 피해를 낳았습니다.

[김상곤 / 당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 수능 시험 연기를 요청했습니다. 수험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내린 힘든 결정임을 이해해주시고….]

[김한얼 / 2018학년도 수능 응시생 : 눈물 나고 울고 어제 밤은 제대로 잠도 못 잤어요.]

[정서훈/ 2018학년도 수능 응시생 : 책 버린 것부터 생각나서 바로 학원으로 뛰어와서 찾았는데 여기 와서 나머지 찾고 있는데 막막하고….]

당시 수험생들이 경험한 혼란.

지금에 못지않다는 생각이 드는데 정작 2002년생들은 손사래를 칩니다.

자신들이 더 비운의 세대라는 겁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돼 신종플루로 홍역을 앓았고,

중학교 입학해선 메르스 발생으로 휴교가 잦았는데

가장 강력한 복병인 코로나19를 고3 때 겪었다는 겁니다.

질병만이 아니다. 

초등학교 졸업하던 해엔 세월호 참사로 수학여행을 포기해야 했고

중학교 자유학기제 본격 시행으로 혼란스러웠으며

내년 수능부턴 문·이과 구분이 사라지는 만큼 '재수란 없다' 절박한 마음으로 공부해왔다고 토로합니다.

비운의 세대, 엄살이 아닌데요.

[유은혜 /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전국의 49만 명 수험생 여러분, 여러분은 2020년 한 해 코로나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여러분은 결과를 떠나 할 수 있는 노력을 모두 다 하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귀한 사람입니다.]

그렇습니다.

소중하고 귀한 사람이라고 시험지에 적혀있었습니다.

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

아름다운 네 모습 잃지 않았으면.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등
시험 맨 앞 장. 필적 확인 문구입니다.

올해는 그 어떤 시 구절이 제시될지 기대되는데요.

그런데 하나 더 짚어볼 사안이 있습니다.

2002년생들의 시작.
비운이 아닌 행운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아시아 국가 최초로 월드컵 4강 진출을 기염을 토한 해, 바로 2002년입니다.

기적과 이변을 만들 수 있는 DNA, 2002년생이 아니면 누가 갖고 있겠습니까.

시험이 전부가 아니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은 그 어떤 말도 위로나 격려가 되지 않겠지만 온 나라가 뜨겁게 한마음일 때 축복 속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경기장에 나서던 선수들처럼 당당하게.

그대들의 건승을 응원합니다.

앵커 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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