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연탄이 떨어질까, 겨우 한기만 녹이는 홀몸 노인들, 무료 급식소 앞에서 긴 줄을 기다리며 끼니를 걱정하는 노숙인들.
모두가 힘든 시기를 살고있지만 코로나19에 추위까지 겹치면서 소외된 이웃들은 더 혹독한 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이승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사는 85살 고재웅 할머니.

겨울이면 곳곳에서 들이치는 칼바람에 집 안에서도 여러 벌의 옷을 겹겹이 챙겨 입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외출이 어려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의지할 것은 연탄보일러뿐입니다.

[고재웅 / 경기도 수원시: 불 때고 뜨거운 물도 쓰고 다 하는 거죠. 뭐 그걸로. 늙으니까 얼마나 힘든지 모르지요.]

주민센터에서 지원한 연탄으로 살고 있지만, 금방 동이 날까 걱정입니다.

[연탄은 꺼지면 그냥 아주 냉방이에요. 이거 안 떼면 글쎄 저 방에 가서 만져보세요. 아주 차요.]

후원은 끊겼고, 연탄 배달 자원봉사도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스탠딩】
연탄 600장 정도가 들어가는 보관함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텅 비어있습니다.

[박용권 / 연탄은행 봉사실장: 연탄 한 장이라는 게 완전히 생명이거든요. 이 사람들에게는 희망이죠. 삶에 대해서 하나의 끈이기 때문에….]

경기도의 한 무료급식소.

노숙인과 홀로사는 노인 등을 위한 도시락 준비가 한창입니다.

하루 60명 정도가 찾았지만, 최근에는 찾는 사람이 더 늘었습니다.

[윤유정 / 유쾌한공동체 사무국장: 이 지역에 다른 급식소들이 잘 이어가고 있다가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거의 문을 닫았어요. 매일 도시락을 새로 싸서 드리다 보니까 소문 듣고 오는 분들도 계시고….]

코로나19로 자원봉사자의 발길도 끊기면서 도시락을 준비하는 일도 녹록치만은 않은 상황.

남을 돕는 '보람'과 '정성'이 버틸 힘이 되고 있습니다.

[김경미 / 사회복지사: '정말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 많이 하고요. '맛있어서 소문나서 왔어요' 그런 얘기 들으면 정말 기분 좋죠.]

배식 시간.
 
거리두기를 하며 기다리던 사람들이 하나 둘 도시락을 받아갑니다.

힘겨운 삶,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무료급식소 이용자 A 씨: 가서 밥해 먹으려고 하면 몸이 불편하니까 못하는데 이거 가져가서 그냥 먹으니까 얼마나 좋아요.]

[무료급식소 이용자 B 씨: 고맙긴 한데 괜히 너무 미안하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이렇게 베풀어주시니 아주 고맙습니다.]

코로나19에 겨울 추위까지, 몇 달을 더 버텨야 따뜻한 봄이 올까요.

모두가 힘든 시기, 소외된 이웃들은 더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OBS뉴스 이승환입니다.

<영상취재: 이홍렬 / 영상편집: 공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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