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원주가 외모 때문에 '토지' 주인공이 불발된 사연을 공개했다.

OBS '독특한 연예뉴스'가 푸근한 어머니 같고 친근한 이웃 같은 사람 냄새나는 배우 전원주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소일기'에서 들여다봤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인생의 모든 순간이 청춘이란 뜻이다. 그 말처럼 세월이 흐를수록 더 빛이 나고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전성기처럼 훨훨 날아다니는 이가 있다. 바로 배우 전원주다. 

꾸준한 작품 활동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주는 구수한 입담으로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전원주. 2~3년 새 많은 게 바뀐 현실 속에서도 그녀는 늘 그랬듯 밝은 모습으로 대중의 곁을 지키고 있다. 

전원주는 "나이가 들면 모든 사람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하는데 저는 지금 일이 더 많다. 노는 날이 하루도 없다. 일이 막 쏟아져서 스케줄 표가 새까맣다. 빈자리가 생기면 속상하다"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살아온 흔적이 얼굴에 남는다고 한다. 언제나 유쾌, 통쾌, 하하호호하는 전원주를 얼핏 보면 나름 순탄한 인생을 살았을 듯 하지만 그건 그녀의 희망사항이었을 뿐 현실은 달랐다. 수차례 시련을 겪으며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고 운명의 수레바퀴 같은 인생을 살아왔다. 

전원주는 "힘들고 어려울 때도 많았다. 30년 동안 참 많이 울었다"라고 전했다. 

1939년 개성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 6.25 전쟁을 모두 겪고 실향민으로 살았던 눈물겨운 과거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사 학위를 수료한 후 교사로 근무하며 한때는 순탄한 삶을 살기도 했다. 

전원주는 "어머니가 아주 능력이 있으셨다. 개성 분이신데 일사후퇴 때 이북에서 피난을 왔다. 개성 사람들 특징이 열심히 아끼고 산다. 그래서 어머니도 아끼고 살다 나중에 큰 부자가 되셔서 내가 대학교를 나올 수 있었다. 그때는 신붓감으로 여교사가 최고였다. 그래서 어머니가 시집보낸다고 나를 선생님을 만들었다. 3년 동안 교사를 했는데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았다"라고 밝혔다.

어머니의 뜻대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교사가 됐지만 그건 그녀의 운명은 아니었다. 3년여의 짧은 교직 생활을 마치고 그녀가 향한 곳은 방송사. 타고난 고운 목소리로 동아방송 성우 공채 시험에 합격하며 성우의 세계에 입문했다. 

전원주는 "나는 아름다운 얼굴을 못 가진 대신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다. 그때는 탤런트가 없을 시절이었다. 그러다 TV 연속극이 생겼다. 작가 선생님이 라디오 틀을 때마다 내 음성이 예쁘니까 '토지' 주인공 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방송국으로 나를 만나러 왔다. 근데 주인공 생각하고 와서 내 모습을 보니 키도 작고 외모도 아니니까 놀라서 갔다. 그때 많이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배우로 활동의 폭을 넓히고자 했지만 냉혹한 현실에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여러 번이었다. 고학력, 성우로서의 화려한 경험, 연기를 향한 열정은 빛을 보지 못한 채 무명의 설움을 겪으며 단역 배우에 머무른 기나긴 나날이었다. 

전원주는 "힘들고 어려울 때도 많았다. 화장실 가서 참 많이 울었다. 사람대접 못 받을 때가 제일 서운했고 길에 가도 알아보지 못할 때 속상했다. 연기자는 사람들이 빨리 알아보고 '반갑다'라고 해야 하는데 한 번씩 흘겨보고 간다. 또 알아봐 주시기는 한데 '무당 간다', ' 밥때기 간다' 그러니까 인간 전원주의 대접을 못 받을 때가 제일 속상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냥 포기하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웠던 청춘. 타고난 성향까지 바꿔가며 자신만의 연기 세계를 구축해 비로소 농촌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의 사랑스러운 푼수 '하성댁' 역할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전원주는 "사실 웃지 않는 여자였다. 내 별명이 '전울보', '전중얼'이었다. 울기 잘하고 혼자 중얼중얼 대화할 사람이 없으니까 맨날 독백하고 했는데 이러다 보니까 좋은 일이 하나도 안 생겼다. 근데 어느 날 시장에 갔다 아줌마 웃음소리를 듣고 그걸 내 걸로 만들어 가지고 하니까 인생이 달라졌다. 웃으면서 인생이 확 열렸다. 웃음은 인생의 활력소다"라고 밝혔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화통한 웃음소리는 곧 트레이드마크가 됐고 개그 프로와 광고까지 섭렵하며 기적처럼 국민 배우로 등극했다.

전원주는 "내가 연기 생활 힘들어도 잘 참고 견뎠기 때문에 이렇게 즐거운 날이 나에게도 오는구나. 언제나 많이 참고 기다리면 언제 행복한 날이 오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보람된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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