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김숙경 기자] 이제 '배우'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는 박유천. 하지만 지난 2003년 가수로 연예계에 발을 내딛은 박유천의 연기 도전에 대중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이미 그에게 '아이돌'이라는 덧씌워진 선입견을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유천은 그런 생각들이 무색하리 만큼 진정성 있는 연기로 그 틀을 보기 좋게 깨고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그 흔한 연기력 논란 한 번 겪지 않은 박유천은 '해무'를 통해 섬세한 감정 연기로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시사회 이후 이어지고 있는 언론과 평단의 찬사에 그가 처음 내뱉은 한마디는 "이해가 잘 안된다"였다.

"연기 호평이 위안이 되고 안심이 되기도 해요. 첫 영화이고 소재도 무거워 굉장히 우려 했는데 생각보다 잘 융화됐다는 게 좋은 말인데 사람마다 느끼기에 따라 다르잖아요. 사람들의 시각들이 다 다르기 때문에 좋게 봐주시는 분도 있고 분명히 안 좋게 보시는 분도 계실텐데 너무 좋은 쪽으로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까 솔직히 부담돼요" 

# '최고의 앙상블' 전진호 여섯 선원…박유천을 날게 하다

박유천은 스크린 데뷔작에서 대한민국에서 내로라 하는 연기파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대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는 설레임도 있었겠지만 부담 또한 만만치 않았을 터. 하지만 그는 선배들과의 연기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고.

"유일하게 크게 가졌던 부담은 사투리였어요. 워낙 선배님들이 사투리를 잘 하시고해서 그에 대한 부담이 가장 컸어요. 언어가 잘 안되면 다른 표현들이 어려워지고 더 힘들어지니까 조반에 언엉 신경을 많이 썼어요. 완벽하게 사투리를 한다는 게 참 힘든 것 같아요. 첫 사투리 연기라 욕심도 나고 제대로 하고 싶었는데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서 조금 아쉬웠어요. 선배님들과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어요. 오히려 빨리 촬영을 들어가서 부딪혀 보고 싶고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았어요" 

무엇보다 꼭 한 번 연기해보고 싶다던 김윤석과의 만남은 배우로서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박유천에게 김윤석은 또 다른 기분 좋은 운명이었다.

"김윤석 선배님과 작업하면서 배우가 연기라는 큰 짐을 짊어지고 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시야를 바탕으로 뭔가 표현을 하고 누군가를 대변하고...워낙 연기를 잘 하셔서 선배님 하는 연기를 보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따라해 보고 싶기도 하고 연기를 하는 마음가짐, 중심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그 누구보다 뜨겁고,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배우의 길을 가고 있는 박유천에 대한 선배들의 사랑은 각별했다.

"정말 많이 챙겨 주셨어요. 예쁨을 받는다라는 게 잘 챙겨주는 것에서만 나오는건 아니잖아요. 저한테 살갑게 대해 주시고, 편한 자리 만들어 주시고, 많이 웃어 주시고 그런 것들이 제가 선배님들한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따를 수 있게 해준 것 같아요. 막 나중에는 (김)상호 형 안고 잠들고 너무 편했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둘 만 남았을 때 아무말 안하면 어색한 거요. 그런데 선배님들과는 아무말 안해도 너무 편하고 어색함이 없었어요"

어떤 작품이든 함께 호흡하는 사람과 궁합이 잘 맞을때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해무'의 배우들과 심성보 감독, 그리고 제작을 맡은 봉준호 감독은 환상의 조합이 아닐까. 심성보 감독이 말하고자 한 메시지를 박유천, 김윤석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은 그들만의 완벽한 호흡을 선보이며 에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내면을 극대화 시켰다. 

# 박유천, 봉준호 감독과의 만남을 꿈꾸다

박유천의 놀라운 연기 성장은 자신의 노력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배려가 숨어 있었다. '해무' 막바지 촬영과 드라마 '쓰리데이즈'의 일정이 겹치면서 심적으로 많은 부담이 됐던 박유천. 그런 그를 다독여주며 힘을 실어준 사람은 다름 아닌 선배들과 봉준호 감독이다.

"촬영이 겹치면서 솔직히 힘들었는데 힘든 건 둘째고 죄송스러웠어요.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촬영하는데 '쓰리데이즈' 첫 방 날짜는 다가오고 '해무'는 마무리 작업이라 몰입해서 찍어야 되고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봉준호 감독님이 '유천아 괜찮니, 미안하다'고 그러시는데 죄송스럽더라고요. 다들 이해해주시고 배려해 주셔서 너무 미안했어요"

제작자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 해외 일정이 있을 때 말고는 계속 현장에 나와 배우들과 함께 했다. 현장에서 지켜본 박유천의 연기에 그는 "영화계에 박유천이라는 배우를 얻게 돼 기쁘다"고 극찬할 정도로 배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박유천의 연기에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영화를 보시고 별 말씀 없으셨어요. 보통 사람들은 뭔가를 보고 오면 거기에 대해 얘기를 하잖아요. 봉준호 감독님은 일절 말씀이 없으시고 다른 얘기하고 하세요. 그래서 더 믿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굉장히 따뜻하시고 시람을 끄는 힘과 이끌어 가는 힘도 있고 모든 사람을 안아주는 힘도 있어요.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현장에서의 봉준호 감독의 모습은 박유천에게 무한한 신뢰를 갖게 했다. "영화 중간중간 계속 현장에나와 직접 모니터도 해주고 도와주셨어요. 봉준호 감독님하고 작업을 하면 어떨지 넘 궁금해요. 정말 봉준호 감독님이 불러만 준다면 잠깐 나오는 단역이라도 무조건 하고 싶어요"

# 연기에 푹 빠진 박유천, 즐거운 고민이 시작되다

누구보다 인상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매 작품마다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박유천. 연기를 시작한지 어느덧 5년이 됐지만 요즘 부쩍 연기를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말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주어진 상황에서 제가 맞다고 표현한 것들이 지나고 나면 '내가 왜 저렇게 했지. 과연 저 당시에 저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하면 할수록 제가 할 수 있는 폭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더 새로운 것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그걸 담기 바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머리로는 막 그려지는데 표현의 한계가 느껴지고 막상 하려고 하면 이게 맞나 싶고 여러가지 생각들이 많이 들어요"

연기에 푹 빠져 있는 박유천은 그런 고민들이 너무 즐겁다고 한다. 그 즐거운 고민을 할 수 있게 만들 차기작이 궁금해졌다.

"필모그래피를 쌓는데 '해무'가 영리한 선택이였다고 하는데 '해무'를 선택하기 전에는 전혀 그런 생각이 없었어요. 오히려 그런 질문들을 해주시니까 '해무'를 다 하고 난 후 지금 그런 고민들이 생겼어요.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마음을 내려놓고 하고 싶은 걸 하려고 해요. 진짜 모든 걸 떨쳐 버리고 무조건 하고 가야겠다는 작품이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차기작을 빨리 결정해서 하고 싶지만 조급해 하지 않고 신중하게 보고 있어요"

그의 대답에서 역시 배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선택에 누구보다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그에게 로맨틱 코미디에서 한 번 보고 싶다고 하자 "'옥탑방 왕세자'가 가장 로맨틱 코미디에 가까운데 재밌었어요. 로맨틱 코미디가 촬영할 때 즐겁고 마음이 편하긴 해요. 진짜 재밌는게 나타나면 하겠죠. 지금은 고민을 하고 있는 단계여서 뚜렷하게 어떤 작품을 하고 가겠다고 장담은 못할 것 같아요"

# "'해무', 행복감을 안겨준 정말 완벽했던 작품"

매일 일이 있어서 일적으로는 여유가 없지만 인간 박유천으로서는 여유가 있다는 그는 요즘 '해무'로 인해 너무 행복하단다. 그에게 있어 '해무'는 어떤 의미일까.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분명히 제가 '해무'를 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될 것 같아요. 앞으로 제가 연기하면서 어떤 작품을 만나고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해무'는 최고의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해무'는 정말 완벽했던 것 같아요"

첫 영화에 너무나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어서 '행운아'라고 생각한다는 박유천은 '해무'에 대한 모든 것들이 좋았다고 한다. 인터뷰 전날 감기 몸살과 고열로 새벽까지 잠을 설치고 아프지만 요즘 너무 행복하다고 미소로 여운을 남기는 그. 영화를 보고 난 후 여운이 남아 한참 동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듯 박유천은 유독 진한 여운이 남는 배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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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플러스 김숙경 기자 ssen@o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