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정솔희 기자] 강원도 정선 해발 700m 고지의 깊은 산골 봉화치 마을에는 원더우먼 옥희 할머니가 있다.

21일 오후 방송되는 OBS 멜로다큐 '가족'에서는 성격 급한 남편 김성한(73)씨와 뭐든 척척 해결하는 아내 배옥희(73)씨 이야기가 전파를 탄다.

강원도 정선, 산골을 굽이굽이 올라가다 보면 높은 산 위에 계절을 한 발 앞서가는 봉화치 마을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 11년 전 고향으로 돌아 온 배옥희 할머니와 김성한 할아버지가 산다.

여덟 가구가 띄엄띄엄 사는 산골마을이지만 옥희 할머니는 심심할 새가 없다. 겨울이 빨리 찾아오는 탓에 나무도 해놔야 하고 3천 평 밭엔 깨, 콩, 고추, 고구마, 옥수수 등 아직도 수확하지 못한 먹거리가 오매불망 할머니를 기다린다.

지게질이며 도끼질도 척척, 못하는 게 없는 천하무적 옥희 할머니 곁에는 언제나 아내를 졸졸 따라다니는 남편 김성한 할아버지가 있다.

그런데 어째 힘든 일은 전부 할머니의 몫이다. 밭일을 할 때도 할아버지는 서서 풀만 뽑을 뿐 결코 앉아서 제대로 일을 하는 법이 없다. 젊어서부터 성질 급하기로 소문 난 남편은 눈앞의 일은 다 끝내야 성이 찬단다.

문제는 본인이 하면 아무런 탈이 없으련만 정작 자신은 서서 일거리만 만들어 놓을 뿐이다. 그래도 그런 할아버지를 미워할 수 없는 건 1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죽다 살아 온 깊은 산골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벗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지 척척 해내는 옥희 할머니이지만 어느덧 70이 넘었다. 아무리 원더우먼이라지만 일이 힘에 부칠 나이다. 그런데 할머니는 오늘도 일 못하는 할아버지를 대신해 부지런히 일을 한다. 좀 쉬어도 좋으련만 밭을 너무 많이 일구었다.

퍼주기 좋아하는 성격 탓에 이 정도 농사는 지어야 넉넉히 나누어 줄 수 있다는데 내가 나누며 살다보면 그 복이 다 자식들에게 간다는 게 옥희 할머니의 생각이다.

그래도 일이 고단할 땐 밭 옆에 할머니만의 휴식처에 들려 다시 기운을 낸다고. 11년 전 교통사고로 하늘나라에 떠나보낸 큰아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가장 아끼고 사랑하던 큰아들을 떠나보내고 할머니는 고향 땅에서 잡념을 잊기 위해 온갖 일에 매달렸다. 몸이 쉬면 마음에 잡념이 일어 잠시도 쉬지 않고 일했다는 할머니. 그렇게 열심히 일한 것을 나누다보니 남은 자식들이 모두 잘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오늘도 옥희 할머니는 일손을 멈출 수가 없단다.

세상 모든 부부가 그렇겠지만 한평생을 함께 하는 부부에게 싸움은 숙명과도 같다. 그리고 저마다의 화해 방법을 터득하기 마련이다. 옥희 할머니 부부는 특별히 부부 통역사의 도움을 받는다.

바로 부부의 자식과 같은 길순이(개). 두 사람 다 원체 표현하는 것을 쑥스러워 하는데다 한 고집 하는 것도 똑 닮았다. 그래서 절대 그 누구도 먼저 사과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 집에 살며 평생 입을 다물고 살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일을 하다가 마당을 거닐다 길순이에게 툭툭 말을 건넨다. 이를테면 "길순아 밥 먹었냐, 밥 먹어라"하고 할머니가 말하면 "길순아 밥 먹을까?"하고 할아버지가 대답하는 식이란다.

그렇게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길순이를 통해 한다는데 덕분에 길순이는 영문도 모른 채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한편 OBS '멜로다큐 가족'은 21일 오후 11시 5분에 방송된다.

(사진=OBS)

OBS플러스 정솔희 기자 hwasung654@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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