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대학로'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소극장일 겁니다.
지난 30여년 동안 수많은 연극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는데요,
치솟는 임대료에 수익을 맞출 수 없어서 연극인들이 길거리로 나 앉게 될 형편이라고 합니다.
그 실태와 해법을, 이연아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현장음】"도대체가 이 촌구석에서는 나라에 공을 세운 사람을 대접할 줄 모르단 말이야."

28년 동안 대학로를 지켜온 대학로 극장.

오는 5월 무대에 선보일 작품 연습이 한창이지만, 사실 다음달이면 당장 거리로 내몰릴 처지입니다.

【인터뷰】이철은/연극 배우
"애잔하면서도..그렇죠.. 객석만 봐도 제가 얼마전까지 공연했던 공연장이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극단은 보증금 수천만원을 모두 날렸습니다.

【인터뷰】정재진/대학로극장 대표
"총 수익이 한달에 400만 원 정도밖에 안 되고 월 임대료가 340만원 이니까. 단원들에게 월급도 못 준 상태이고. 파산 상태이죠."

정부가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지정하고 문화예술계를 지원하고 있지만, 관객들이 유명 무대로만 몰리다보니 100여석의 소극장은 오히려 매출이 감소했습니다.

대학로를 문화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2004년 문화지구로 지정한 서울시 정책도 소극장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스탠딩】이연아
"오히려 땅값 상승만 부추겨 문화지구 지정 이후 대학로 지가는 1년 만에 16% 이상 올랐습니다. 서울시 평균 4%와 비교하면 상업지구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입니다."

이런데도 문화지구 관련 조례는 건물주에게만 세제와 융자 지원이 집중돼 있습니다.

반면 임대료를 내거나 대관료를 내야 하는 연극인들에게는 사실상 지원이 전무한 상황입니다.

【인터뷰】정대경/한국소극장협회 회장
"(문화지구로) 지역만 지정해놨지 문화지구에 따른 행정력을 발휘할 수 있는 어떠한 권한도 없다는거죠."

소극장을 빌려 운영하는 연극인들에게는 무분별한 임대료 인상을 막을 상가임대차 보호법이 유일한 희망이지만 이마저도 국회에 발이 묶여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200개가 넘던 소극장은 5년 사이 140여개로 줄었습니다.

【인터뷰】김진만/연극 연출가
"임대료가 올라가게 되면 다른 제작 비용을 줄이게 되는 안좋은 효과가 발생하는 거죠. 그러면 연극에 대한 전반적인 질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거죠."

연극인들 사이에서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어 돌파구를 마련해보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 없이는 활로를 찾기 쉽지 않을 거란 우울한 전망이 30여년 예술의 거리 대학로를 그늘지게 하고 있습니다.

OBS뉴스 이연아입니다.

<영상취재:정형민/영상편집:정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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