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조연수 기자] 이른 무더위가 찾아온 경기도 이천에는 사과농사를 짓는 노부부가 산다.

16일 오후 방송되는 OBS 멜로다큐 '가족'에서는 굽은 허리로 사다리에 오르락내리락하며 사과나무를 돌보는 김대룡(92) 할아버지와 그런 할아버지 곁에서 잔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장기봉(88) 할머니의 바쁜 하루가 그려진다.

사과나무를 돌보는 일이 할아버지 담당이라면 재빨리 물건을 가져오고 무거운 사과 상자를 번쩍번쩍 들어 옮기는 일은 할머니의 담당. 

이렇게 각자 맡은 일을 해오며 사과농사를 지어 온 지도 어느덧 36년. 그러나 매년 사과 수확도 시원치 않고 적자가 계속되다 보니 할머니는 사과 농사를 그만하고 싶다. 

그러나 아내의 성화에도 할아버지는 매일 사과밭으로 간다. 굽은 허리로 가지치기하랴, 적과 작업 하랴 쉴 틈 없이 움직여도 돌보지 못하는 사과나무가 매년 늘고 있지만 할아버지는 사과농사를 포기할 수 없다. 

가난했던 시절 과실농사를 하며 7남매를 키운 아버지의 사랑이 할아버지 가슴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인데, 힘에 부치니 그만두자는 할머니와 그만둘 수 없다는 할아버지의 실랑이는 매일 계속되고 있다. 

36년 전 3남매를 모두 출가시키고 시작한 사과농사. 몸에 밴 부지런함으로 사과밭을 일궜다. 남의 손 빌리지 않고 부부가 사과밭을 일굴 수 있었던 데는 든든한 조수 할머니가 있었기 때문, 할아버지의 심부름이 떨어지면 날쌘 할머니는 재빠르게 움직인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으니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찰떡궁합. 그러나 때때로 의견이 엇갈릴 때면 할아버지의 호통이 이어진다. 할머니는 일은 일대로 하고 좋은 소리 듣지 못하니 속이 상한다. 

김대룡 할아버지는 36년 전 3남매를 모두 출가시키고 이천에 정착했다. 선박통신사로 젊은 시절을 보내고 오십이 넘은 나이에 선택한 사과농사.

비록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지만 할아버지는 스스로 공부하고 터득하며 사과밭을 일궈냈다. 궁금한 것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 탓에 구십이 넘은 나이에도 할아버지의 공부는 계속되고 있다.
 
할아버지의 공부 분야는 철학, 의학, 국어 등 다양하다. 커다란 돋보기를 손에 쥐고 책을 보다 보면 한 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 한 방송사의 우리말 프로그램을 10년간 빼놓지 않고 시청하며 공부한 덕에 뛰어난 어휘 실력을 자랑한다. 

학문에 마침표가 없다고 말하는 김대룡 할아버지, 공부는 할아버지의 평생의 꿈이자 이루고 싶은 소망이다.  

허리가 굽도록 일만 했던 남편이 뒤늦게 공부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할머니가 하는 일은 두 배로 늘어났다. 사과밭이야 할아버지와 함께 돌본다지만 300평이 넘는 텃밭은 온통 할머니 차지, 콩 심고 마늘 키우고 반찬거리를 거두기 위해 할머니는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런데도 할머니는 큰 소리 한번 내지 않고 할아버지를 배려한다. 텔레비전을 볼 때면 할아버지 공부가 방해될까 봐 볼륨을 줄이고, 보고 싶은 책이 있다고 하면 애써 밭으로 부르지 않는다. 그저 영감이 보고 싶은 책이나 보며 남은 삶을 보냈으면 하는 게 할머니의 바람이다. 

한편 60년이 넘는 세월동안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온 부부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OBS 멜로다큐 '가족'은 16일 오후 11시 5분 방송된다.

(사진=OBS)

OBS플러스 조연수 기자 besta127@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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