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정솔희 기자] 마음을 정화시키는 청정 뮤지컬 '신과 함께 가라'가 관객들에게 가슴 따뜻한 힐링을 선물했다. 

원작을 가진 작품들의 한계점은 매체의 다양성을 뛰어넘지 못하고 원작의 아우라에 가려 자신만의 색깔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과 함께 가라'는 꽤나 성공적인 리메이크작이다. '신과 함께 가라'는 '노래하는 수도사들'이라는 콘셉트를 음악적으로 재치있게, 때로는 뭉클하게 풀어내며 무대가 보여주는 뮤지컬의 힘을 느끼게 한다.

'신과 함께 가라'는 배우 이석준이 연출과 제작을 맡은 작품이다. 이석준은 연극과 뮤지컬, 영화 등을 오가며 쌓아온 20년 내공을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내며 배우가 아닌 '연출가 이석준'의 이름을 제대로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그는 '신과 함께 가라'에서 무대를 만드는 대신 빔 프로젝터를 사용한 '프로젝션 매핑'으로 전체를 꾸몄다. 단순히 배경을 변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두 기차의 충돌신, 아르보의 내면이 물에 잠식되는 장면 등 더욱 극적인 몰입도를 높이는데 사용됐다.

가장 최신식 기술과 가장 아날로그적인 이야기의 대비는 부조화가 아닌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석준은 수많은 작품에서 빛나던 배우다. 이번에 '신과 함께 가라'를 통해 무대를 진정으로 빛낼 수 있는 연출가임을 입증했다.

'신과 함께 가라'가 보여주는 뮤지컬 넘버들은 기존에 익숙하게 듣던 것들과는 조금 다르다. 교회로부터 파문 당해 단 두 개의 수도원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칸토리안 교단의 수도사 세 명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기에 전반적으로 종교 음악에 가깝다.

하지만 종교를 떠나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 이유, 내 자신을 기댈 수 있고 이끌어주길 바라는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경건함은 드라마틱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아도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수도원을 떠나는 여정 중 만난 '썬샤인 관광 버스'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신과 함께 가라'에서 놓쳐서는 안되는 백미다. 처음 수도사들은 귀르리 어지럽히는 세상의 음악을 반갑게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매일 '신과 함께 가는 길'에 대해 고민하는 자신들처럼 '내 길을 찾아가자'라는 세상 사람들의 메시지에 끌려 어울리지 않는 듯, 자연스럽게 하모니를 이룬다. 밝고 긍정적인 노래지만 괜시리 눈물이 나는 건 인생의 한 가운데서 수많은 선택을 해야만 하는 우리를 응원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은 아닐까.

또한 배우들의 열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감상 포인트다. 고지식하고 깐깐한 성격의 벤노, 조금 모자라 보이지만 마음만큼은 넉넉한 타실로, 아기 때부터 수도원에서 자라 세상 물정 모르는 아르보. 이들을 연기한 서영주, 이훈진, 정휘 세 배우의 아름다운 하모니는 세상 무엇보다 감미롭고 순수하다.

특히 정휘는 수도원을 벗어나 처음으로 마주한 세상에서 우리들처럼 고민하고 결국엔 한 걸음 나아가는 아르보를 가장 소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며 눈시울을 적신다.

'신과 함께 가라'는 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신과 함께 세상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자극적인 소재 하나 없지만 지루할 틈이 없는 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인간적인 고민에 대한 진정성이 담긴 작품이기 때문이다.

수도사들에게 '노래'는 끊임없이 신을 향해 나아가야하는 길 속에 한 줄기 빛이 돼준다. 이처럼 우리에게 '신과 함께 가라'는 지친 일상 속에 힐링을 안겨줄 것이다.

한편 '신과 함께 가라'는 오는 3월 6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사진=뮤지컬 포스터)

OBS플러스 정솔희 기자 hwasung654@obs.co.kr

  • OBS 뉴스는 언제나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전화 032-670-5555
  • ▶ 이메일 jebo@obs.co.kr
  • ▶ 카카오톡 @OBS제보
저작권자 © OBS경인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