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총  grace86@obs.co.kr
   유은총  grace86@obs.co.kr

우리나라 서해 최북단 다섯 개 섬 중 한 곳인 연평도는 56년 역사를 가진 우체국이 있습니다. 

바로 연평우체국입니다. 

53년 간 현지인이 직접 운영하는 '별정우체국'으로 지내다 지난 2018년 우정사업본부 소속 공무원이 담당하는 '일반 우체국'으로 전환됐습니다. 

 

일반우체국으로 바뀌면서 생각지 못한 문제들이 나왔습니다.

육지 공무원을 연평도로 발령 낸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는 겁니다.  

근무를 자원하는 사람도 없고, 발령을 낸다 해도  달라진 환경으로 버티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경인지방우정청은 도서벽지에서 5년을 의무 근무할 공무원 채용 방법을 채택했습니다. 

2019년 처음 '5년 의무 근무' 공무원이 채용됐습니다. 

2명이 선정됐는데 이 모 주무관도 이때 임용돼 연평도서 첫 근무를 하게 됐습니다. 

이 주무관은 임용과 함께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연평도에 '관사'가 없다는 것. 

관련 시험 고시에도 임용 전 그 어느 곳에서도 관사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국내에 있는 3천 500여 우체국 가운데 도서산간벽지로 분류된 지역은 총 80곳. 

그 중 관사가 없는 곳은 9곳으로 8곳은 현지인이 운영하는 별정우체국.

사실상 관사없는 벽오지 우체국은 연평우체국뿐입니다.  

이 주무관은 숙소 문제를 인천우체국과 경인지방우정청에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말은 "스스로 선택한 곳이니 싫으면 공무원 그만둬라"

이 뿐만 아닙니다. 

노후화된 시설로 반년 넘게 물을 못 썼고, 여자 화장실조차 없어 10여 분 떨어진 하숙집까지 다녀와야 했습니다. 

결국 이 주무관의 유일한 동기 공무원은 근무 8개월 만에 섬을 떠났습니다. 

고통은 이후 임용된 장 모 주무관으로 이어졌습니다. 

40대 중반 늦깎이 공무원인 장 주무관은 육지에 중학생 아들과 부인 등 부양가족이 있습니다. 

한 달 월급은 160만원 정도. 

여기에 방값 빼고, 근검절약해 사용한 생활비를 빼면 수원 집에 붙이는 돈은 100만원이 채 안됩니다. 

장 주문관은 말합니다. 

"가장으로, 공무원의 한 명으로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머리 두고 누울 곳조차 마련되지 않은 섬 우체국 직원 3명은 숙소만큼 큰 걱정이 있었습니다. 

바로 '꽃게철'입니다. 

연평도 유일의 택배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우체국은 꽃게철인 9월부터 11월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이 시기는 우체국장까지 양팔을 걷어 붙이고 뛰어들 정도로 일손이 부족합니다. 

여러 차례 인력지원을 육지에 있는 상급기관에 요청했지만 3년간 침묵했습니다.  

올해 한번 예외적으로 40일 단기 근무 직원 1명을 보냈습니다. 

인천우체국 인사 관계자에게 그 동안 인력지원이 없었던 이유를 물었습니다. 

인사 관계자는 "그 동안 이상 없이 잘 진행됐다. 3명이면 충분하다. 꽃게철만 바쁘지 보통 때는 한산한 우체국"이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그럴까?

우체국장 포함해 3명의 직원은 평시에도 바빴습니다. 

3명 모두 지병이 있어 의료기관 치료가 시급한데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제때 병원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상급기관인 인천우체국 인사 관계자는 왜 그렇게 말했을까?

작은 섬마을을 둘러본 결과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별정우체국은 섬 마을공동체 체계 속에서 운영됐습니다. 

즉, 일반우체국의 체계적인 절차와 규정보단 주민 간 '정' 등 부수적인 사안이 50년 넘게 지배하며 평탄하게 업무가 유지가 됐던 겁니다. 

하루아침에 관공서 기준의 절차와 규정을 적용하려 하니 주민도 답답하고, 육지에서 온 우체국 공무원들 역시 상황이 혼란스러운 건 당연한 일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을 보충하거나 대안을 찾아야 할 책임이 있는 인천우체국과 경인우정청은 3년째 방관한 겁니다. 

서해 최북단 육지와 떨어진 이곳 연평도우체국 직원 3명은 '노동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지만 그 누구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3명의 노동자들은 말합니다. 

"지금 겪고 있는 이 고통이 다음 이 우체국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전가되는 일은 막아야 합니다"

경인우정청은 OBS보도 후 옹진군과 연평면과 함께 우체국 관사 문제를 해결하는데 논의를 시작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번 소식이 단순히 '보여주기' 행정에 그치지 않고 연평우체국 3명의 노동자의 근무환경에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 OBS 뉴스는 언제나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전화 032-670-5555
  • ▶ 이메일 jebo@obs.co.kr
  • ▶ 카카오톡 @OBS제보
저작권자 © OBS경인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