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 박상현 기자] 인터뷰가 20분을 넘어가니 점점 김고은이 영화 속 은교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은교는 적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아이로 묘사된다. 이에 비해 김고은은 상당히 밝고 명랑한 성격이다. 다소 상반되는 두 사람의 성격이다. 과연 '신인' 김고은이 은교에 대해 얼마나 잘 동화됐을까.

"은교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지만 저는 오히려 은교를 하면서 성격이 밝아졌어요. 은교라는 아이가 갖고 있는 말투나 인상 같은 것이 사랑스럽고 맑고 천진난만하지 않나요. 그런 것이 저를 더욱 밝고 천진난만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그리고 은교는 사랑에 대한 결핍과 외로움을 안고 사는 아이예요. 물론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저 역시 애정 결핍을 경험해봤고 외로움도 느껴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 더 잘 동화됐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김고은이 생각하는 은교는 과연 어떤 아이일까.

"자신을 때린 엄마가 선물해준 거울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모순처럼 보이지만 모순이라기보다는 아직 자기애가 형성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자기를 사랑할 줄 모르고 영화에서도 자기가 얼마나 예쁜 아이인지 몰랐다고 하잖아요. 또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엄마가 경찰서에 끌려갔을 때 택시타고 찾아가는 모습이 나와요. 엄마에 대한 증오심도 있지만 연민도 있고 그래서 계속 사랑받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거울이 엄마가 유일하게 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요"

그동안 은교를 단순히 밝고 명랑한 아이만으로 봤기 때문에 서지우와 은교의 사랑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김고은의 얘기를 들어보니 은교가 후반부에서 서지우와 사랑을 나누며 자신도 외롭다고 말한 것이 이해가 갔다.

영화 '은교'를 통해 김고은이라는 이름 석자는 확실하게 각인이 됐다. 하지만 김고은은 자신의 캔버스에 그린 첫 작품이 걸작품이 됐다. 어쩌면 데뷔작을 통해 집중 조명을 받고 연기 호평을 받는 것이 김고은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김고은은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답게 속이 깊은 얘기를 털어놓는다.

"다음 영화에서 캐릭터 연구 잘하고 은교를 뛰어넘는 연기를 한다면 저를 다르게 보실 것으로 생각해요. 다음 작품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은교의 이미지를 없앨만큼의 연기를 할 날이 오겠죠. 하지만 이번에 좋은 평가를 들었다고 해서 계속해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부담 같은 것은 없어요. 물론 지금처럼 많이 노력하겠지만 '아니다'라는 평가를 듣게 되더라도 상관없어요. 많이 깨지고 그러면서 배우고 다듬어지면서 성장해나갈거예요. 저는 그렇게 발전하고 싶어요"

또 김고은은 여태껏 다음 작품에 대한 고민이 없었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주위 사람들이 그런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다음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한다는 걱정을 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꼬이는 것 아닐까요. 이번 작품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다음은 없는 것 같아요. 은교는 은교고 다음 작품은 다음 작품이죠. 그래야만 발전도 할 수 있는거잖아요. 물론 퇴보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러면서 저는 다듬어질거예요"

지난 2009년 겨울, 취재를 위해 갔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같은 숙소에 묵었던 한 화가가 자신이 그린 그림을 하나하나 긁어내고 씻는 모습을 봤다. 새로운 작품을 하기 위해 자신이 그렸던 작품들을 없애는 것이었다. 김고은도 지금은 '은교'로 이름을 알렸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이 아가씨, 다음이 벌써 기대된다.

OBS플러스 박상현 기자 tankpark@obs.co.kr

(사진=권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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