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김수정 기자] 20대를 대변하는 청춘의 아이콘이었던 배우 유아인이 절대 악역으로 돌아왔다. '베테랑'에서 유아인이 연기하는 조태오는 그가 그동안 분했던 인물들과는 180도 달랐다. 전작 '완득이' 깡철이' '밀회'에서는 소위 말하는 '을'이라는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도 편견에 맞서 뜨겁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청춘을 보여줬다면 '베테랑'의 조태오는 자신이 절대 '갑'이라 생각하는 안하무인의 재벌 3세다.

'베테랑'의 조태오는 집요한 추격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유유히 범죄망을 빠져나가는 교묘한 인물. 유아인은 데뷔 후 첫 악역을 여유로운 미소 속에서 서늘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냈다. '베테랑'은 '유아인의 재발견'이라는 연이은 호평 세례와 함께 개봉 25일만에 누적 관객수 천만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유아인은 '베테랑'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OBS플러스와의 인터뷰에서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조금 무거운데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유쾌하면서도 통쾌해서 끌렸다"라며 "류승완 감독님의 작품답게 대중적으로 친숙하고 오락성이 가미된 영화로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이하 유아인과 나눈 일문일답

-생애 첫 악역이었다. 눈에 힘을 주고 악을 쓰는 악역이 아닌 교묘하고 얄밉게 표현한 것 같다.

정말 '나쁜 놈'처럼 소리지르고 악쓰면서 연기할 수도 있었지만 내가 잘하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유아인이 연기하면서 드러낼 수 있는 단점을 최소화하고 파괴력을 극대화하고 싶었다. 기존 선배들이 했던 것처럼 연기하는 것 보다는 내가 가진 이미지, 외모의 특성을 고려했다. 20대 청춘스타 배우가 표현하는 것에 대한 이질감을 최소화하는 방법이었다. 기존의 매뉴얼을 따라가기 보다는 새롭고 신선하게 소년다우면서도 멍청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극중 조태오 캐릭터의 성향을 어떻게 이해했나.

절대로 조태오가 모든 재벌 3세를 대변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런 부모를 만나고 그런 환경에서 자라나면 태오같은 괴물이 될 수도 있다고 해석한 것 같다. 재벌 1세대는 자수성가, 2세대는 후계자로서 흔히 말하는 '금수저'를 물었지만 무게나 책임을 졌다면 3세대로 가면서 잘못 사용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조태오의 경우 가정교육이 중요했던 것 같다. 재벌로서의 책임이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3세대였겠지만 자신의 잘못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서 자랐다. 그냥 환경이 주는 욕망을 욕망하고 즐거움을 만끽하는 괴물같은 인물이라 생각했다.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절대적인 악역이지만 한편으로 연민도 느꼈을 것 같다.

촬영하면서 '불쌍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온 세상을 다 때려부시는데 괴물은 막상 외롭고 처절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환경이 만들어 낸 외롭고 불쌍한 괴물이다. 그러다보니 연민의 코드도 있었던 것 같다. 단순히 악역이라 해서 공감대 없이 연기하기 보다는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다. 선과 악을 동시에 가지고 있지만 개념이 없는 인물이다.

-유아인에 대한 대중들의 이미지는 청춘스타임과 동시에 소신있는 발언을 많이 하는 배우다. '베테랑' 이전에는 주로 사회적 약자의 역할을 연기하기도 했다.

첫 영화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였다. 사회적 시스템 밖에 내몰린 평범하지 못한 지독하게 불쌍한 인물이었다. 흔히 말하는 아웃사이더도 사치스러운 인물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됐고 그러다 보니 연기하게 된 인물들이 시스템 밖에 내몰린 약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배우는 세상과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직업이다. 내가 대단한 메신저 아니지만 백마탄 왕자같은 역할보다는 불쌍하고 소외받는 친구들을 연기하는 게 더 끌렸던 것 같다. 그런 캐릭터들이 더 극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또래 배우들이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주로 연기하는 것에 비해 다소 다른 행보를 걸었다. 로코물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억지로 하지 않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맡은 작품들 때문인 지 업계 분들이 '로코를 안 할 것 같다'고 하더라. 내 이미지가 고정관념이 된 것 같았다. '깡철이' 때는 '완득이 2탄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차기작으로 '해피 페이스북'을 선택했다. 곧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20대가 로코하는 건 당연한건데 나에겐 시도가 됐다.

 

-'베테랑'은 배우 유아인에게 어떤 작품이 됐나.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나한테 질렸기 때문이었다. 남들이 '질렸다'고 했을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나 스스로 질리게 느껴졌다. 배우로서 좋게 말하면 일관성이 있는 것인데 그 일관성이 만드는 지루함이 생겼다. 예측이 가능하지 않은 재밌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의 새로운 얼굴과 소리를 드러내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찾게되는 과정이 된 것 같다. 악역의 표현도 정형화되지 않게 시도해 봤고 유아인이 연기함으로서 생기는 신선한 지점들은 어떤 게 있을 지 고민하게 된 순간이었던 것 같다.

-벌써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고 30대 배우에 들어섰다. 달라진 점이 있나.

초심보다 중요한 것은 중심이다. 초심이 유지되는 것은 힘들지만 나라는 중심은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의 마음가짐과 다르게 좋게 발전할 수도 있고 가끔은 뒤를 돌아보면서 자신을 반성하고 가야한다. 그 중심을 강박으로 느끼지 않고 내가 살아가면서 유연한 자세로 발견하게 되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살을 붙여나가는 과정이다. 남들에게 관심 많고 신경쓰는 세상이다. 남을 의식하기 보다는 사소한 것을 선택할 때도 나에게 집중하려고 한다. 작품에 임할 때도 마찬가지다.

-배우 유아인의 남은 목표는 무엇인가.

영화 안에서 제대로 된 청춘의 표상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이있다. '청춘의 아이콘'이라는 말을 듣지만 본격적인 청춘물은 해보지 못했다. 그저 주류 영화에서 20대를 담당한 배우였던 것 같아 아쉽고 안타깝다. 하지만 앞으로 더 좋은 기회들이 열려있을 거라 믿고 잘 풀어나가고 싶다. 무엇보다도 여전히 동안이라 20대 청춘 연기는 가능하다.(웃음)

(사진=권희정 기자)

OBS플러스 김수정 기자 ksj@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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