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플러스 박상현 기자] 불과 십 몇 분을 얘기한 것 같은데 이 아가씨 보통이 아니다. 20대 초반이라고 생각하기엔 내공이 만만치 않다. 만약 신인 배우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더라면 인터뷰가 상당히 꼬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인터뷰 전날부터 부담이 됐던 것이 도움이 됐다.

계속해서 김고은의 연기 인생에 대해 얘기해나갔다. 이후 김고은은 국립극단의 '백년언약'에서 작은 배역이지만 쥐로 출연하기도 하는 등 연기 수업을 착실히 쌓았다. 그러면 계원예고 동기생 가운데 김고은이 가장 먼저 영화에 데뷔한걸까?

"아니요. 제 친구 중에 류혜영이라고 있는데 양익준 감독님의 '애정만세'에 출연했어요. 제가 '은교' 출연이 결정됐을 때 조언 같은 것은 없었지만 서로 얘기하고 격려도 해줬죠"

이후 김고은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한다. 그러나 김고은만의 '강단'은 입시 시험 때도 그대로 발휘됐다.

"1차 시험을 보는데 굉장히 마음이 편했어요. 보통 입시 시험을 보게 되면 몸에 힘이 들어가서 목소리나 연기에 힘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더라고요. 그리고 교수님들이 말씀하시는 것 하나하나가 귀에 쏙쏙 들어왔어요. 너무나 마음이 편했죠. 그런데 2차 때는 교수님들께서 '이 학교 왜 들어오고 싶냐', '이 학교에 대해서 잘 알고 들어오는거냐'고 공격적으로 질문해오시는거예요. 연기도 한 20초 보셨나? 중간에 끊어버리고…. 그래서 떨어졌겠구나 싶었죠. 나중에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모든 학생들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받았더군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하려는 수험생들, 받아 적으시라. 이 학교 입학 시험 볼 때는 공격적인 질문을 해온단다. 공격적인 질문을 해온다고 절대 당황하지 말아야겠다.

입학시험 당시 공격적인 질문을 퍼부었던 교수님들은 이후 김고은이 '은교'를 찍을 때 적지 않은 힘이 됐다. '은교'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됐다는 소식에 "넌 잘 할 수 있을거야"는 격려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은교' 출연에 있어서 마음 고생이 만만치 않았을 분들은 바로 김고은의 부모님이다.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시는 아빠도 이번 영화 출연에 대해 20분이나 방에서 고민하시더라고요. 그 20분의 시간이 지난 뒤 아빠의 모습이 부쩍 늙어보이셨어요.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하죠. 지금도 아빠는 저에 대한 좋은 기사가 나오면 카카오톡으로 보내주시곤 해요. 하지만 분명 그 좋은 기사를 찾기 위해 좋지 않은 기사도 보셨을거예요. 그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그리고 아빠가 나중에 말씀하시더라고요. '나는 너를 영화에 시집보냈다. 그래서 나중에 네가 진짜로 시집가면 눈물이 안나올 것 같다'라고요"

김고은은 아버지 뿐 아니라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지금 부모님이 지방에서 근무하셔서 함께 살지 않거든요. 나중에 엄마가 영화를 보시고 나서 '혼자서 참 잘 견뎌냈구나'라는 뜻의 장문 문자 메시지를 보내오셨어요"

그렇게 김고은은 '은교'라는 영화를 찍기 시작했고 김고은은 점점 은교가 되어 갔다.

OBS플러스 박상현 기자 tankpark@obs.co.kr

<4편에 계속>

(사진=권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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